[논제 탐구 5 : 바람직한 지도자의 조건에 대하여]

한나라 고조는 진시황제가 만든 복잡한 법체계를 ‘약법삼장’으로 대체하여 초패왕 항우보다 더 많은 민심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후한 말에 유비를 도와서 삼국정립을 이끌어 낸 공명은 엄한 법을 시행하여 촉한의 민심을 얻을 수 있었다. 누가 더 훌륭한 지도자인가?

지금 우리나라는 대통령 선거로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다. 다들 자신이 다음 5년간의 한국을 책임질 유일한 지도자감이라며 이런저런 이유들을 나열하고 있다. 유권자로서는 냉철한 시선으로 공약의 실천 가능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는 대부분 ‘좋은 지도자란 이러저러한 사람이다’라는 가르침을 들어 왔다. 그들의 대부분은 위인전에 전기 형태로 자신의 행적을 남기고 있으며, 비판의 대상이라기보다는 비판의 기준으로 간주되고 있다. 오히려 섣부른 비판은 비판을 시도하는 사람에게 몇 배의 비난을 불러오는 어리석은 행위로 간주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사람으로 칭송받고 있다 할지라도 그 역시 우리와 같은 오욕칠정을 가진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냉정한 평가로 공과 과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어야 하며, 이러한 날카로운 분석을 통하여 현재의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지도자를 선출할 수 있는 민주시민으로서의 필수 자질을 기를 수 있다.

Terry는 리더가 가지는 인격적 특성에 따라 리더십의 유형을 다음과 같이 6가지로 분류하였다.

① 개인적 리더십: 이러한 형의 리더는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 개인적이며 집단 전체로서 보다는 주로 개인적인 접촉에 의해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집단 혹은 집단성원을 이끌어 나간다.

② 비개인적 리더십: 이는 지휘의 수단을 매스미디어 같은 간접적이며 비개인적 매체에 의해서 지휘하는데, 이는 리더의 능력에 의해 지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조직의 부정에 따라 지휘력을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③ 전제적 리더십: 주어진 지위, 권력을 이용하여 강압적인 방법으로 지휘를 리더를 말하며, S. Sargent의 강압적 리더와 비슷한 형이다.

④ 민주적 리더십: 리더 자신이 집단의 일원으로서 집단에 참여의식을 가지고 있는 한편 집단 목표수행을 위하여 성원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유형이다.

⑤ 온정적 리더십: 성원과 리더 상호간에 정서적 인간관계를 맺고 이러한 유대를 근거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말하는데 옛날의 도제(apprentice)는 이의 일종이라 하겠다. 이러한 관계에서는 성원과 리더의 결속은 강하나 성원의 자신감, 독립성 등이 결여되기 쉽다.

⑥ 자생적 리더십: 이는 비공식적 집단에서 스스로 영향력을 인정받아 성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를 말한다.

시대와 사회를 초월하여 모든 지도자가 갖추어야할 요건을 선정하는 것은 어렵다. 대부분의 고대 왕조에서 창업군주와 이를 이어서 융성시킨 군주가 갖춘 덕목이 다른 것을 보아도 그러하다. 조선 초기에 왕권을 강화하기 위하여 강력한 리더쉽을 발휘한 태종과 그의 아들로서 왕조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세종의 온화하면서도 지성적인 리더쉽이 다른 것이 그 좋은 예이다.

일반적으로 리더쉽이란 바람직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조직 내의 개인 및 집단을 유도하고 조정하며 동작케 하는 기술 및 영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리더쉽이란 모든 관리활동에 동기를 부여하고 촉진하여 다양한 집단 활동을 일정목표로 향하도록 일체감을 조성하는 기능이다. 이러한 리더쉽의 세부적인 요건에서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정도의 사항을 목록으로 작성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다만 현대 사회의 여러 가지 특성을 감안한다면, 대체로 다음과 같은 리더쉽이 필요할 것이다.

- 사회 구성원 다수의 지지를 받는 동시에 그들의 의지를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

- 사회의 역사적 발전 단계를 인식하고 그에 적절한 정책 과제를 선정할 수 있어야 한다.

- 자신이 직접 모든 일을 수행하기 보다는 그 일에 적합한 인재를 선정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 자신의 결정이 언제나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현 단계와 조건에서 선택한 최선임을 알 아서 더 나은 대안이 나오거나 새로운 조건이 등장할 경우 통찰력과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 자신의 책임은 엄격하게, 남의 잘못은 원칙에 입각하여 합리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임진왜란에서 성공적으로 전란에 대비하고 민족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도록 헌신한 충무공은 위의 리더쉽의 조건을 거의 다 충족하는 지도자였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대한제국이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는 과정에서의 고종황제는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다했다고 볼 수 없다. 물론 시대적 상황과 자신에게 주어진 역량이 다른 까닭도 있었겠지만, 그들이 많은 사람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던 만큼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