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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5-24 14:35
황영선생님의 안동신문 논술컬럼 20
 글쓴이 : 웹도우미
조회 : 2,495  

[논제 탐구 6 : 현대 사회의 변화와 개인의 행동 양식]

한국에 처음 새로운 문물과 가치관이 들어오던 개화기에는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유 연애를 주장하던 청춘 남녀들이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종점으로 자살을 선택하던 경우가 종종 있어서 신문 지면에 오르내리고는 했다. 지금은 빠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회적으로나 가정 내에서나 뒷전으로 밀려서 노년을 불행하게 보내다 자살을 선택하는 어르신들의 이야기가 신문 지상에 올라서 사람들의 마음을 어둡게 한다.

한국 사회는 산업화 과정에서 서구 선진국들이 2-3세기에 걸쳐서 겪은 사회적 변화를 단 2-30년 만에 겪어 왔다. 가부장적이고 단위 씨족 중심의 공동체적 가치를 강조하는 농촌 사회에서 개인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보다 넓은 범위의 사회적 관계를 강조하는 산업-정보화 사회로 단기간에 변화하였다. 그 결과 한 가정 내에 전통적 가치관과 개인적이고 합리적인 가치관, 감성적 가치관이 공존하고 있다. 이는 사회 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옛 규범은 아직 사라지지 않은 채 서서히 붕괴되어 가고 있고, 새 규범이 정립되기도 전에 사회는 계속 급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하여 미국의 사회학자 데이비드 리스먼(David Riesman)은 ‘고독한 군중’이라는 책에서 개인의 행동과 사회구조를 연결시켜주는 중간 장치로서, 예의범절처럼 사회가 그 구성원에게 암묵적으로 따라하도록 요구하는 양식(동조성의 양식)으로서의 사회적 성격의 변화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그는 사회적 성격을 ①전통지향형, ②내적지향형, ③타인지향형의 세 가지로 구분하면서, 이 세 유형이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으로 해석한다. 즉 전자에서 후자로 이행해 가는 것이 역사적으로도 사실이며 논리적으로도 당연하다고 보았다.

먼저 전통지향형 사회의 사회 구성원은 그 사회의 전통적 가치를 존중하고 전통에 의하여 형성된 규범을 엄격히 준수할 것이 요구된다. 사회생활의 중요한 관계는 주로 엄격한 예절과 위계에 의해 통제된다. 이 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씨족집단과 같은 혈연집단의 생활방식을 그대로 따르며 이때 개인의 창의력을 발휘하려고 하거나 전통에 어긋나는 이질적인 목표를 추구하는 것은 이단으로 배척된다. 한편 자본주의가 발전함에 따라 자본축적과 기술발전이 이루어지면서 산업화와 도시화가 일어나고 새로운 사회의 계층화가 일어난다. 전통의 힘은 약해지고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은 넓어진다. 이때 나타나는 것이 내적지향형 사회다. 내적지향이라는 것은 개인의 사회적 행동양식의 가치 기준이 다양한 사회화 과정에서 각 개인의 내면에 형성된다는 것을 말한다. ‘내면화’된 행동규범은 굳이 전통의 통제를 받지 않고도 사회구성원으로 하여금 일정한 과정을 거치면서 ‘성공’이라는 일반화된 목표를 추구하게 한다. 다음으로 산업화가 사회 전 분야에서 고도로 발달함에 따라 1차 산업과 제조업에서 일하는 사람의 수는 줄고, 사무직 계통의 일과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노동인구는 그 수와 비율이 늘어난다. 노동시간이 짧아지고 교육, 여가, 서비스업 등이 확대되면서 새로운 매스미디어에서 나오는 말과 이미지의 소비도 증가한다. 개인과 외부 세계의 관계는 점차 대중매체의 영향력을 매개로 한다. 이러한 대중 사회에서 출현하는 모습이 ‘타인지향형’이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행위와 바람에 대해 몹시 민감해지고 남에게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커진다. 타인지향형 사회의 구성원은 다른 사람이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남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등에 민감하다. 사람들은 자신이 사회에서 소외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에서 다른 사람의 동향을 주도면밀히 관찰한다.

리스먼은 이상과 같은 사회의 세 가지 모습과 관련하여 다시 인간을 적응형, 아노미형, 자율형이라는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적응형은 사회의 가치에 순응하고 요구에 잘 순응하는 인간형이다. 아노미형은 범죄자처럼 사회의 규범을 깨트리거나 혹은 따를 능력이 없는 인간형이다. 자율형은 그 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잘 알고 이에 따를 능력이 있으면서도, 이를 따를 것인가 말 것인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인간형이다.

급변하는 사회에서 가장 바람직한 인간형은 위의 세 가지 중 어느 것이겠는가? 이에 대해서는 각자가 잘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서로 다른 사회적 경험을 겪으면서 극적으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서로를 이해하는 태도를 갖는 것이다. 세대가 다른 가족 구성원 간의 갈등의 원인은 대부분 우리 사회가 급변하고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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